2018 한일학생교류세미나 참가 후기 2편

한국대학생협연합회와 일본대학생협연합회의 학생 조합원들이 함께 학습하고 교류하는 '한일학생교류세미나'의 참가 후기 2편입니다.
인하대생협 장혜선 조합원의 생생한 이야기를 확인해보세요! 
 



8월 17일, 대학생협에서 주최하는‘한일교류세미나’를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정신없이, 실감도 없이 시작되었던 일본으로의 출발, 어쩌면 생협이라는 것을 배우는 첫걸음은 너무나도 소중한 추억을 담았고,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었기에 마지막 날 또한 어김없이 빨랐다. 아쉬움조차 즐거울 정도로. 아직도 어제처럼 남아있는 일본에서의 시간들을 기억해보려 한다.

처음 사전교육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에 채운 내 소개이다. ‘나에게 생협이란?’이 질문은 아이스 브레이킹 치고는 나에게 굉장히 무거웠다. 내 스스로가 학교생활 속에서 실제로 생협을 찾고 있는지부터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1학기 쿠비로 활동하면서도 나에게 생협은 여전히 새로웠다. 그렇기에 궁금함이기도 했다. 어쩌면 좋은 사람들을 기대하며, 또 대학생으로서 내가 좀 더 추구할 수 있는 가치들을 찾아 나서며 일본행 결심이유이기도 한 저 질문에 나는 신세계라고 대답했다.

"일본, 세이난 대학교 생협매장을 견학하며 "


세미나 첫 날, 주요일정으로는 일본 대학교의 매장견학이 있었다. 한국 측 조합원인 우리는 평가지를 들고 다니면서 서비스, 품질, 가격 등 다양한 방면에서 매장의 특징을 기록했다. 내가 기억하는 일본 생협 매장의 특징은 굉장히 넓다는 것이었다. 넓은 공간을 활용하여 대학생들이 매장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줄이는 동시에 청결함을 확보했다.



또한 단순히 공간적인 넓음에서 그치지 않고 그 공간에 학생들의 요구와 참여를 자연스럽게 채워 넣었고, 다양한 상품들을 통해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등 섬세하고 실질적인 복지를 실현하고 있었다. 매장을 둘러보며 진짜 학생들의 기호에 맞게 여러 색상과 맛, 종류를 구비해놓은 것에 그저 감탄했다. ‘이 달의 추천메뉴’라든지, ‘이 점을 고쳐주세요!’등의 참여형 게시판이라든지, 매장 안 곳곳에서 학생들의 손길도 볼 수 있었는데, 같은 물건을 고르는 대학생으로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참여형 게시판을 통해, 학생조합원들이 자신의 의견들을 포스트식으로 표현하고, 생협 매장 측에서 이를 신속하게 답변하거나 제도화, 개선하여 의견들이 전적으로 고려되고 있음을 학생들에게 신뢰성 있게 보여주는 사례는 일본 생협 내에서의 자랑거리이자 한국의 대학들이 닮아 가야할 점이라고 생각되었다.

"3일차, 실전 생협 프로그램 기획하기"


이번, 일본 세미나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인 프로그램 기획은 가상의 대학교의 상황, 통계적 자료를 각 팀별로 해석하고, 대학생들의 상황을 파악, 생협에서 그들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사업들을 기획&제작해보는 것이었다. 이전 2일간 진행된 세미나에서 나눈 한일 생협 간의 공통점이나 차이점들에 대한 이해를 실제 기획을 통해 피드백하고, 한일의 아이디어협력에 대한 기대효과를 예상해 볼 수 있었다.



그룹간의 아이디어 공유는 포스트잇을 통해 카테고리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우리 팀은 주어진 통계자료에서 생협의 인지도와 조합원들 간의 교류부족 문제를 가장 크게 인식하였으며, 대학생활에 있어 가장 요구되는 것에 대한 논의를 통해 문화생활의 충족에 대해서도 고민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MOVIE DAY’, 즉 생협 영화제를 기획하였다.

사실, 가치적인 면을 생각하는 일본 대학생들과 한국 대학생들의 방향과 정도, 범위의 차이가 있어 프로그램의 범위나 대상을 정하는데 있어 의견을 수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한국과 일본에서의 문화나 제도들의 차이 때문에 대학 내 복지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서로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조율했을 때, 보다 높은 수준으로 대학생들의 생활면에서 다가올 수 있는 복지를 고민해볼 수 있었다. 그룹별 활동 이후에는 각 팀별로 기획한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피드백 하였는데 대부분 유학생과 대학생, 그리고 조합원의 참여를 고려한 좋은 아이디어였다. 물론, 실제 대학 생협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고민과 피드백과정을 거쳐야하겠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이 생협이라는 이름 아래서 학생들로부터 실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던 시간, 그래서 전체 세미나 중 나에게 가장 의미 있고 배움이 많았던 시간이었다.

"생협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


일본에서의 3박 4일 세미나를 지치지 않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사람들이었다. 세미나 내내 그룹별 활동이 많아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속한 GROUP3 친구들은 활발하고, 친절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먼저 다가와 포즈를 취해주기도 하였으니까.



처음 일본친구들과 소통할 때는 막연히 어색하기도 하고, 영어와 일본어가 섞여 힘들어서 글로 대화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친해지니 여러 가지 농담도 하고 서로에게 몸을 기울여서 말을 들어주었다. 여전히 언어적으로 많이 서툴지만 몸과 눈빛을 이리저리 휘적대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특히, 두 번째 날은 일본친구들과 대화를 참 많이 한 것 같다. 다자이후 텐만궁 문화견학을 마치고 쉬는 시간, 나는 우리 팀을 불러모아 ‘동물의 왕국’이라는 게임을 제안했다. 처음 하는 한국게임에 일본 친구들도 흥미진진해 했고, 서로의 첫인상을 동물에 비유하면서 서로를 더 잘 알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모모치해변에 가서는 포토제닉도 하고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느라 남들 다 올라갔다 오는 후쿠오카 타워도 우리 팀만 가보지 못했다. 그래도 모모치 해변은 내 인생에서 영원히 잊지못할 바다로 기억될 것이다!또, 밤에 다른 그룹의 일본 친구들이 숙소로 초대해주어서 서로 선물도 교환하고, 카드게임도 했다. 한국어에 관심이 많았던 친구들이라 열심히 한국어 회화책과 내 얼굴을 번갈아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 모습에 나도 열심히 일본어 표현들을 따라 배웠다.

늦은 밤까지, 세미나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대화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대학교에서 생협의 역할이라든지, 학생들이 원하는 복지가 변화해온 과정 같은, 어쩌면 세미나의 목적이기도 한 이야기들로 이어졌다. 다양한 친구들의 경험과 사례들을 나누며 내 생각의 깊이도 깊어졌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나는 3학년이 돼서야 생협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생협 조합원으로서의 실질적인 혜택과 가치를 대학생활 중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잘 찾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욱 정확했다. 그래서 이번 한일교류세미나 주제처럼 생협 조합원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좀 더 알고 싶었다. 이런 나에게 일본 친구들의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일본 조합원의 4대 원칙인 협동, 협력, 자립, 참여! 그중에서도 참여가 굉장히 활발하게 실천되고 있었다. 조합원들은 의견을 제시하는데 어려움이 없었고 그 의견은 다른 학생들의 지지를 얻어 실제 학교생활에 수렴되는 결과로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에서 생협은 학생들의 주체의식 그 자체였다. 서로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기엔 3박4일이라는 시간이 야속하게 짧았지만, 그래도 든든한 사람들, 함께 생협의 길을 걷는 사람들을 만나서 무척이나 좋은 시간들이었다.

1학기 생협 홍보 서포터즈 쿠비로 활동하면서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다. 단순히 생협 매장을 홍보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기도 하였고, 여러 다른 대학들의 다양한 취재사례들을 보며 무기력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쿠비를 통해 나는 생협을 알아갔고, 생각보다 생협이 나와 가까이 있음을 강하게 경험해가고 있다. 이런 나에게 이번 한일교류세미나는 굉장한 자극이었고, 좋은 배움이었다.

일본 도착한 첫 날! 나는 한 장의 카드를 받았고, 그 카드 뒷면에는 이번 세미나에 대한 주제가 몇 가지의 질문형태로 제시되어 있었다. ‘나에게 생협이란?’ 이 질문은 여전히 나에게 대답하기 어렵지만 이 질문을 들었을 때 대답할 것들이 여러 가지 떠오르는 변화가 생겼다. 카드의 마지막 질문, 세미나가 끝난 후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대학생의 자리에서 생협의 가치들을 좀 더 알려야겠다는 책임의식이 생겼다. 세미나를 하는 내내, 인하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생협에 대한 참여와 고민들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학생위원회조차 없는 우리 학교와 비교하며 이번 세미나를 보내는 동안 나의 역할은 단순히 참여자에서 책임감을 가진 조합원으로 바뀌었다고 할까? 어쨌든 조합원으로서, 생협을 조금 더 먼저 알게 된 대학생으로서 상생의 가치를 다른 학생들도 누렸으면 한다.